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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전시 ]

마법 같은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


몇 달 만에 다시 방문한 우도에는 코로나19의 여파에도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들어와 있었다. 우도는 우도봉, 검멀레 해안, 산호 해수욕장 등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시간 버려진 담수장이라는 폐건물도 품고 있다. 한때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공급원이었던 담수장은 2011년 광역상수도가 제공되면서 10년 동안 유휴시설로 남게 됐다. 처리가 불가해 골치 아픈 곳이 된 담수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개발과 보존의 대립은 문명이 발달한 이후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제주는 특히 격렬하다. 상반된 두 의견은 섬이기 때문에 극명하게 갈린다. 그런 점에서 공간을 고스란히 인정한 이번 전시 프로젝트는 제주 안의 또 다른 섬 우도에 큰 의미가 있다.
예술 전시가 바르게 정렬된 화이트 큐브 안에서 이뤄진 것은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관람자에게 깊은 영감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는 작품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해 담수장이라는 공간의 가능성을 우선했다. 쓸모를 다해 죽어있는 공간을 손질하지 않는 대신 작가들이 담수장에 머물러 온기를 채웠다. 결과는 이름과도 같다. 마법 같은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 껍데기만 남은 담수장이 예술 공간으로 마법처럼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는다.

지하 펌프실의 < 나의 우도, 너의 섬 > 영상을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공중에 매달려있는 큰 나무다. 한석현 작가의 작품 < 백록 >으로, 태풍 마이삭에 넘어간 구실잣밤나무 두 그루를 가져와 사슴뿔 형상으로 만들었다. 사슴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뿔이 나뭇가지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시장 중앙에 매달린 작품이 이 공간을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구 옆 계단을 내려가면 우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우도콜렉티브 팀의 < 나의 우도, 너의 섬 >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관광객 입장에서만 우도를 바라본다. 반나절 둘러보기 좋은 아름다운 섬, 땅콩 아이스크림이나 땅콩 막걸리 정도가 우리가 가진 우도에 대한 이미지의 전부일 것이다. 우도라는 섬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곳의 한자리를 계속 지켜냈던 분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담수장의 지하 펌프실이 그런 자리였다. 벽면에 걸린 큰 스크린에서 주민들의 이야기가 타이핑된 영상이 펼쳐졌다. 우도가 큰 관광지로 부상하며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 있었다. 입장이 서로 달라 자꾸 충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도를 향한 빛이 바래지 않는 애정은 하나 된 마음이었다. 그들 모두 우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본질은 같으니 이 공간을 계기로 갈등이 좋게 해결될 거라고 믿는다.

‘꽃’이라는 글자 형상의 인공 조형물. 관람객에게 일부를 선물로 나눠줬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맞은편에 커다란 고철과 싱그러운 잔디 위로 ‘꽃’이라는 글자 형상의 인공 조형물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준석 작가의 < 잉여의 꽃_섬에서의 판타지리스 >는 용도 폐기된 고철 위의 ‘꽃’, 버려진 공간에 심은 살아있는 잔디와 같이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통해 부조화 속 조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기한이 끝나 숨 쉬지 않는 무언가와 생명력을 상징하는 상반된 오브젝트를 연결한 지점은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판타지가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음양의 조화에 따라 세상이 돌아간다는 동양철학이 있으니 말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를 폐기된 교통표지판을 통해 경고한 굿스굿스MSG의 < 방향 >을 볼 수 있다. 진입 금지, 좌회전 또는 우회전 금지 표지판 주변에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생겨나는 폐단을 표시했다. 매년 9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배출되고, 수백만 마리의 새와 해양 동물이 플라스틱을 먹고 죽어간다. 바닥에 놓인 파란빛의 형광등은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한다. 이제 플라스틱으로 가는 길은 절대 금지.

해녀들의 채집 도구를 뜨개실로 싼 형태의 도구들이다. 

담수장 공간 양쪽으로는 이진아 작가의 < 죽이는 도구들 1, 2 >와 < 온기 2 >가 전시되어있다. 전자는 언뜻 살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죽이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멋들어진 도구인가 싶기도 했다. 전시물은 해녀들의 채집 도구를 뜨개실로 싼 형태였다. 날카로운 채집 도구를 푹신하고 부드러운 뜨개실로 싼 형태와, 해양 생물을 죽이는 도구가 해녀를 먹여 살리는 도구라는 점에서 대상의 양면성이 보였다. < 온기 2 >는 두 벽면에 난 큰 창문을 두르고 그물과 뜨개실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은 관람 시선에 따라 모양새가 변했다. 분명 하나의 작품인데 여러 이미지를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창문을 가까이 두고 있어 시간에 따라 각도를 바꾸며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했다.
역동적이면서도 무게감 있는 전시장의 배경 음악은 전시를 준비한 그들이 우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느낌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공간 사이사이를 우도 주민들과 나란히 걸어온 것 같았다.
이번 전시는 우도의 버려진 담수장이 ‘우도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즐길 수 있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밀려오는 관광객을 위한 카페와 음식점이 줄줄이 들어선 우도에 다시 우도만의 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첫발자국이 될 수 있으면 한다. 더불어 단지 우도가 아닌 본래의 ‘소섬’에 대해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본다.


사진: 이세연

이세연

제주더큰내일센터 탐나는 인재 2기이다. 말보다 글을 좋아해 글자를 다루는 일과 친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으려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을 즐겨한다.


이승빈

제주더큰내일센터 탐나는 인재 2기이다. 현재 문지방에서 실습을 통해 프로그램 기획, 공간 관리 및 운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려고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