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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축제 ]

축제의 일탈성과 비접촉 탐라문화제
제59회 탐라문화제 ≪탐라, 감동을 빚다. 내일을 잇다.≫


거리두기가 생활이 되면서 그 많던 축제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축제도 당연히 거리를 둬야 할 대상이 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내가 미워진다. 축제가 사라진 자리는 과연 무엇으로 메꿔져 있을까 참 궁금하다.

축제는 일탈성을 강조한다. 탈이나 가면을 쓰면 손쉽게 일상의 영역과 차단되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제의적 요소를 도입하면 세속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 이처럼 축제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탈과 해방을 만끽하는 자리이다.
축제는 일탈을 이야기하지만, 프로그램으로 낯선 새로움을 느껴보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에 만족하도록 해야 하니 쉬운 듯 보여도 어렵다. 여기에다 코로나19라는 사회 분위기에 맞추어 전혀 새로운 방식과 규칙으로 흥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니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 축제는 잊히고, 잊어야 할 대상이 되었는지 모른다.
‘축제’ 하면 누구나 한마디씩 거들 때 공통적으로 나오는 단어가 ‘차별성’이다. 축제마다 차별성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숨을 고르고 밀린 숙제를 하는 심정으로 생각해보면,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사람들과 만나면 행복할까를 고민하는 과정이 곧 축제의 독창성과 차별성을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탐라문화제 히스토리영상. (영상출처: 제주예총 유튜브)

탐라문화제는 1962년 제주예술제로 출발했다. 1965년 한라문화제로 축제 명칭이 바뀌었으며 예술제 성격의 옷을 벗어버리고 민속 중심의 종합 축제로 탈바꿈하게 된다. 중년에 이른 제주도민들은 한라문화제 하면 아마 가장행렬과 걸궁을 떠올릴 것이다. 풍물소리로 들썩거리는 신작로에서 걸궁을 지켜봤고, 칠성통(칠성상가)을 지나가는 가장행렬에 환호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탐라문화제라는 명칭은 2002년에 등장했다. 이 시기는 지방자치 이후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강조됐던 시기이다. 제주의 고유성에 탐닉하면서 탐라가 축제 명칭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다르게 보면 축제의 핵심 주제를 찾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탐라문화제는 종합 축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마을 공동체의 생활양식과 콘텐츠를 배경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 삶의 방식이 바뀌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데 어려움도 발생했다. 생활과 문화가 바뀌었는데 축제 프로그램은 여전히 이전 시기의 삶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를 줄 수 없기에 축제장을 찾는 발걸음도 뜸해져 갔다.문제를 타파해보고자 대표 콘텐츠를 발굴하거나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볼거리를 강화하는 등 도시 축제로 변화를 시도해왔다. 가장 퍼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예전 70년대의 가장행렬을 지금에 맞게 탈바꿈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제59회 탐라문화제 〈드라이브_인 힘내라 제주! 콘서트〉 식전행사 ‘생이소리 오카리나’의 공연 장면 

올해 탐라문화제는 비대면, 비접촉 방식으로 진행했다. 축제와 비대면, 참 낯선 어울림이다. 일탈과 해방이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TV탐라가 탐나,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들불축제장을 활용한 ‘힘내라 제주!’ 공연과 산지천 주변에서 미디어 아트전, 탐라 드라이브 in 영화의 밤 등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낮 시간대 행사가 거의 전무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축제의 주 공간이 도심 외곽에 설치됐다는 점도 새롭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민속예술 분야 행사와 대표 프로그램으로 키워왔던 내용들도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민속예술과 가장행렬 등에 참여했던 수많은 주인공과 참가자들은 방관자로 바뀌었다. 이전 시기와는 전혀 다른 축제의 마당이 열렸다.

제59회 탐라문화제 〈드라이브_인 힘내라 제주! 콘서트〉 ‘차귀도 해녀소리보존회’(왼쪽)와 ‘오퍼커션 앙상블’의 공연 장면

힘들게 축제의 장은 열렸지만, 축제의 참맛을 느껴볼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간의 정체성과 축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점은 조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비대면 상황에서 쉽지는 않았겠지만, 축제의 성격과 관련된 프로그램 개발은 좀 더 긴 안목으로 살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표 프로그램으로 키워왔던 행사가 사라진 지금, 향후 대표 프로그램은 무엇으로 할까? 탐라문화제의 고유성이 뭐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거리두기라는 명분에 충실하다 보니 축제의 고유성은 내팽개쳐진 것 같다. 겨우 이어왔던 축제의 정체성마저 사라진 느낌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도시 축제로 돌아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더불어 고민하고 고민한 소통방식이 드라이브스루 이외에는 없었을까? 마음이 무겁다.


사진: 김윤정

김석윤

(사)공공정책연구소 나눔 소장이다. 제주민예총 정책실장을 역임했고 올해 제14회 4·3평화인권마당극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