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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수눌다 ‌‌]

다툼과 분쟁이 없는 행복한 ‘하나의 사회’, 애즈원


# 들어가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떠한 사회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이 기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삶이 될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누구라도 지속가능한 삶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의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희생되는 형태이지 않은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기만 하다. 배우고 각성하고 성장하는 것이 사회 시스템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개인이 되어야 함에도 우리의 학교 교육만 보더라도 이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렇게 오롯이 ‘나’를 위하고,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편견, 오해의 인위적인 것들을 떼어낸 나’들이 모여서 제도 없이도 행복한 세상이 있다면….
그러한 곳을 지향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애즈원 네트워크 스즈카 공동체이다.
애즈원의 이름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Imagine) 가사에 있는 ‘세상은 하나처럼 될 것’(the world will be as one)의 애즈원(as one)에서 따왔다. 노래에 담긴 다툼과 분쟁이 없는 세계, 그런 세상이 우리 커뮤니티이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애즈원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미에현 스즈카라는 인구 20만의 지방 도시에 모여 애즈원 네트워크 스즈카 커뮤니티(이하 스즈카 커뮤니티)라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전개하고 있다. 커뮤니티의 목적은 애즈원의 뜻처럼 ‘다툼 없는 행복한 세계의 실현’이다.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 같지만, 화도 다툼도 없고, 죄도 벌도 없으며, 어떤 사람도 자유롭고 느긋하며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현실에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 스즈카 커뮤니티의 시작

스즈카 커뮤니티는, 2001년 시작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도시형 에코 커뮤니티이다. 나답게, 그 사람답게 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모두 함께 생각하고, 일이나 생활의 서포트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풍요롭게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 커뮤니티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답게 생활한다, 그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개인주의적으로 살자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해주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사회의 모습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지금은 그곳을 향해 가는 실험의 과정이고 그와 같은 세계를 향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규모는 작지만 안심하는 속에서 누구나가 그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커뮤니티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공동체 운동과는 다르게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게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응하는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스즈카 커뮤니티는 놀랍게도 커뮤니티 내에 규약이나 제약이 없고 의무나 책임도 없다. 또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커뮤니티라는 경계도 없고, 누가 커뮤니티 멤버라는 규정도 확실하지 않다.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각종 시민 활동이 각자 자발적으로 전개되고, 서로 관련되며 이어져,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규약이나 제약이 없는 것일까?
잘 들여다보면 규약이나 제약 그것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거기에 속박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즈카 커뮤니티의 운영 기조를 보면 따뜻한 사회 즉 생태적인 사회로 회귀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생각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함이 보인다. 

# 스즈카 커뮤니티의 핵심, 세 구성체

사이엔즈(SCIENZ: Scientific Investigation of Essential Nature(자연 과학적 탐구)와 Zero(제로· 無·하늘 등의 의미)의 머리글자. 사람의 말이나 행동,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가정이나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고 그 배경과 원래의 내면·원리를 알고자 하는 생각.)  연구소에서 진행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를 사이엔즈 스쿨에서 배워,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사람들이 스즈카 커뮤니티를 만드는 핵심적인 존재가 되어 스즈카 커뮤니티 내에서 사회 실험으로 실시되고 다시 그것이 연구로 순환되는 모델 커뮤니티의 방식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기반하에서, 어떤 활동도 모두의 지혜를 모아 다시 살펴보고 다시 생각하는 것을 우선시하여 일을 시작하거나 제로 상태로 돌리거나 하면서, 즐겁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

스즈카 커뮤니티의 핵심, 세 구성체. (출처: 에즈원 네트워크 홈페이지)

# 도시형 에코 커뮤니티로서 스즈카 커뮤니티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고, 직장과 사는 곳이 가까우며, 사람과 사람・사람과 회사・회사와 회사・활동과 활동 사이에 벽이 사라지고 서로 연대함으로써, 사람도 물자도 에너지도 모두를 살리고 낭비가 없어져 가는 방식이 스즈카 커뮤니티가 얘기하는 도시형 에코 커뮤니티이다.
실제로 지역 연구에 의하면 생태 발자국으로 계산한 자원이용량이 스즈카 커뮤니티의 경우 일본 평균보다 상당히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연구에서는, 빈번하게 이웃집과 식사를 함께 하고 채소와 쌀 등의 생산물이나 반찬・도시락 등의 식품을 공유함으로써, 장 보는 데 드는 이동거리나 조리에 드는 에너지가 감소하는 것으로 일본 평균 이하가 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러한 선물경제(Gift Economy)에 의한 생산물과 식품의 공유와 광열비용의 감소는 가계비 경감으로도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선물하는 행위는 물건에 한하지 않고, 지혜나 기술, 능력에까지 넓혀진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전이나 자동차・자전거의 구입・수리・지원, 여행이나 이사 정보 등, 초보자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도 능숙한 사람이 가볍게 맡아 처리해 주는 일도 자주 있다.

마치 점선으로 이루어진 원처럼 느슨하게 서로를 이어주듯, 수많은 점이 빼곡하게 모여서 둥그런 원을 구성하듯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어우러지고 모여서 애즈원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활동이 평가를 받아 2015년 11월 30일부터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글로벌 에코빌리지 네트워크(GEN)가 선택한 저탄소 사회 실현을 향한 세계 60개 에코 빌리지의 하나로 스즈카 커뮤니티가 거론되기도 하였다.

# 나가며

제주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스즈카 커뮤니티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까?
일반 대중들이 공동체를 보다 가깝고 현실적인 것으로 느끼고, 공동체가 나의 생활에 좋다는 맛을 보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처지에서 어려운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성하고 소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형태는 매우 유연하게 정해질 필요가 있고, 제주 수눌음의 전통 속에서도 그러한 것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떠한 정도의 규범과 형태를 취할 것이냐 하는 데에 있어서, 그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동의할 수 있는 경로와 방법을 통해 자율적 결정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동체는 내부의 관계를 깊게 하는 데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공동체적인 것과 공동체를 지향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꾸준히 하며 공동체가 자신들의 것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쏟는 노력과 관심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그 공동체가 속해 있는 사회와의 관계 형성에도 힘써야 한다.
애즈원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기준은 ‘사람의 변화’ ‘사람 관계의 변화’ ‘사회의 변화’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관계를 성찰하고, 사회를 성찰하는 과정에 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즉, 이들은 스스로 성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자신들의 공동체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모든 것을 제로에 놓고서 시작한다. 아무래도 각자들은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의 인식틀 아래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식이 아닌 자세의 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공동체라고 하는 것은 어딘가에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자신이 자리하고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제로 베이스에서 들여다보고 자신을 알고, 이웃을 알고, 지역을 알아가는 활동에서 자연스레 보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스즈카 커뮤니티는 가르쳐 주고 있다.


강내영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겸임교수로 관광과학박사이다. 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다. 현재 마을 만들기, 지역재생, 커뮤니티케어, 사회적경제, 지역복지, 청년문제, 중간지원조직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