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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을 수눌다 ]

시민과 함께 꾸는 꿈,
사람이 먼저인 행복 도시


# 공부하는 고희범 시장의 제주 가치 찾기

10여 년 전, 고향 제주를 떠나 40년의 타지 생활을 마치고 제주에 돌아오자마자 그가 추진한 활동 중 하나는‘제주의 가치’ 찾기였다. 제주의 자연, 그 자연이 빚어놓은 보물섬에서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 그들의 피, 땀 그리고 눈물, 그 흔적을 찾아 떠났던 3년 반의 여정에 대한 중간보고서로 2013년에는‘고희범의 제주 깊이보기-이것이 제주다’라는 책을 냈다.

10여 년 전 제주인의 삶의 현장을 돌아본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당시 현장에서 길을 찾고자 했던 활동은 크게 두 개의 축이었어요. 도내 172개 리를 돌아보는 것과 제주의 역사와 문화, 생태 등의 분야별 주제를 정하고 이와 관련한 현장을 매달 전문가와 함께 관심있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찾아가는‘제주 탐방’이었는데 제주 탐방은 40회 이상을 진행했었죠. 둘 다 제주인의 삶의 현장을 돌아보고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꿈을 확인하고 궁극적으로는 제주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이었죠. 또한, 제주 미래 비전 설정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당시 활동들이 현재 제주시장이라는 시정을 책임지는 역할을 함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무엇보다도 공부가 많이 되었지요. 제주에 대해 너무 많이 몰랐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시정을 펴는 데 있어서 당시 경험은 탁상행정이 아닌 삶의 현장과 관계된, 시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구체적 방향과 방안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10년 전과 지금, 그 삶의 현장에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지요?

첫째, 시민들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사는 제주 환경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을 실감합니다. 전에는 바깥 사람들이 제주에 대해서 대단하게 평가했는데 반해 정작 여기 사는 우리는 바깥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그것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죠. 이제는 알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제주의 가치, 그것을 보기 시작한 거 같아요.

다른 변화가 또 있나요?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키는 농민들의 의식 변화를 실감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농민들이 보수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이 오랜 세월 지어 온 농사 방식이나 작물들, 서서히 바뀌고 있어요. 귤이 맛이 없으면 품종을 바꾸고 과수원 나무 간격을 조절하고 빗물 유입을 막는 장치를 도입하고 당도를 높이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해 변화에 대응하고 있어요. 위기 속에서도 대단히 조심스럽게, 느리지만 꾸준히, 기회를 찾아가는 시민들이 각처에 많이 있어요. 그런 것을 대할 때마다 기분이 좋죠.

제 2회 시민원탁회의, 사진제공 : 자치행정과

# 담대함,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가치

고희범 시장이 2020년 시무식에서 던진 화두는 ‘담대함’이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그동안 해야 되는 일인데 예산이 없어서, 행정시여서, 주민들 반대가 있어서 등의 사유로 외면했거나 장기과제로 수첩에 적어놓기만 했던 것들을 꺼내어 담대하게 나누고 한번 저질러보자(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총 26개 어젠더가 정해져 그것들을 올해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와 기회에 관해 물었다.

▷ 코로나-19, 위기입니다. 엄청난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거덜날 수 있는 위기가 닥쳐 왔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만큼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자유주의체제에 대한 고민과 변화가 예상됩니다. 서구 선진국에서도 실험 단계에 머물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진행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패러다임 변화, 상전벽해가 되는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취임 기간 시장님의 역량이 가감 없이 드러난 시정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사업들이 있지요. 초지법 개정, 차고지 증명제 추진, 생활형 숙박 시설의 주차 시설 확보, 시민 원탁회의, 비양도 염소 민원 해결,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 매년 50만 그루 나무 심기,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인근 무단주차 민원해결, 제로 에너지 하우스, 소통 협력 공간 개통 등입니다.

초지법 개정과 차고지 증명제 추진을 좀 더 설명해 주신다면?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제주도 초지 면적은 전국 초지 면적의 48%나 됩니다. 규모 면에서 보더라도 초지는 제주를 넘어 국가 차원의 중요한 자산이지요. 게다가 제주 초지는 목초 생산기지로, 제주 중산간 지대 완충지로 그 역할이 중요한데 문제는 그러한 초지들이 각종 개발행위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불법 경작행위가 적발돼도 과태료 처분이 현행법상 1회만 가능했고 이듬해 같은 초지에 경작행위가 다시 이루어져도 제재를 가할 수가 없었지요. 이러한 이유로 초지법 개정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원상회복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 대집행까지도 가능하게끔 법이 강화되어 오는 7월부터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차고지 증명제는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자동차 구입이 가능한 제도로 시민 의견을 듣는 시민 원탁회의 추진과도 관련이 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 기간 시행이 미뤄졌던 차고지 증명제를 원탁회의 안건으로 올려 시민 의견을 물었더니 놀랍게도 참석자 86%가 찬성을 한 겁니다. 시민 삶의 질 저하와 연결되는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것밖에 없다고, 그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이 시민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확대 시행도 작년 7월로 앞당겼는데 시민 동참, 도의회 지원, 행정력이 함께하여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주말에 개최되는 시민 원탁회의에 적극적으로 나와 제주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했던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표현이기도 했고요.

시민 원탁회의는 시정 현안에 대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고자 시민 참여를 통해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소통 회의다. 2018년 11월 제1차 회의를 개최하였고 교통, 환경, 도로, 기초질서 지키기 등이 토론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고 시장은 시민 원탁회의에서 제주시민들이 이 도시의 “진짜 주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계기였다고 하였다.

# 아름답고 재미나고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그리다

시장님이 그리는 문화도시는 어떤 도시인가요?

아름답고 재미나고 품격있는 도시가 문화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도시에 살면 행복할 거라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 시민이 주인인 행복 도시 >를 만들자는  제주시의 시정목표와도 맞닿아 있는 것이지요.

문화도시를 만드는 과정에 시민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자동차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인 도시,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고층빌딩들이 경관을 해치지 않는 도시, 공공의 공간들이 많이 잘 확보된 도시 등이 우리의 지향점이라면 시민 원탁회의를 통해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던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는 시민의식, 비록 본인은 반대 의견이더라도 다수의 의견을 따라 “한번 해보자”는 참여 활동이 중요한 시민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라는 이상에 가까이 가기 위해 중요한 사업이면서 시민의 실질적 참여와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차 없는 거리 사업인데요. 지역 활성화, 공공의 공간이 새로 생기는 것, 탄소 배출 줄이기로 이어지는 것이라 더 의미가 있죠. 이 사업은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문화의 달 행사에서 개최된 ‘차 없는 거리 행사’가 시작이었어요. 그날 아이들이 길바닥에 앉아 낙서하고 시니어 모델들이 패션쇼를 하고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춤을 추고 그랬었죠. 그동안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어 오면서도 관덕정 주변 재생이 안 된다, 사람이 와야 하는데 오지 않는다, 그랬는데 사람이 오는 방안을 그날 목도하였다고나 할까요.

차 없는거리 전경 (2019 대한민국문화의 달 제주), 사진제공 : 제주시 문화예술과

반대는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웃음). 올해 연두 방문 때 그 부분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만나 설명해 드렸어요. 지역 활성화가 첫째 목표이다, 8시간의 차 없는 거리 구현은 문제점과 불편사항이 야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미리 확인하고 대비함으로써 최소화하는 쪽으로 한번 해보자고 하였지요.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주인이니 제시해 주시라 하고는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그 후 두세 차례 더 만나서 고민하고 동의를 구하여 진행하게 되었어요.

고 시장은 그날 차 없는 거리 행사 현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는 단어는 바로 “해방”이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그리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찾아오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해방감과 벅찬 행복, 그것을 위해 해보자는 거였지요. 아시다시피 관덕정 주변은 나름 큰 광장인데도 사람들에게 허용되었던 것은 인도뿐이었잖아요. 인도만 허용되었던 공간이 잠시나마 해방된 거예요. 사람들이 찻길로 나와 뭐든 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행복했을 것이고. 당시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며 여유를 만끽하던 모습, 매주 일요일 오후에 그런 일이 그곳에서 벌어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5월 첫째 일요일 처음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되어서 아쉽네요. 논의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문화도시 웹진 추진에 있어 중요한 게 있다면?

올 연말에 제주시가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것이 급선무지요. 그 언제보다도 시민 참여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니 웹진이 문화도시에 대한 이해를 견인해내고 참여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해요.

문화도시 웹진 제목이 ‘제주는 섬이다’인데요. ‘제주는 섬이다’를 활용하여 문장을 제안해 주신다면?

엄청 머리를 썼는데(웃음).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제주는 섬이다, 청정 환경을 유지하는 제주는 섬이다. 고급 관광 휴양지이자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제주는 섬이다를 제안 드려요. 고급이라는 말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고희범 시장, 사진제공 : 공보실

# 성공이란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

고 시장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이다.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그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의 시구 중에 보면 성공이란 ‘건강한 아이를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마지막 문장이 ‘내가 있어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이에요. 고희범이 있어서 행복했다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았다’. ‘괜찮았다’, 그렇게만 기억해준다면 좋겠어요. 그게 성공이지요.

그의 취미는 목공이다. 시장 임기를 마치면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손주의 책상도 만들고 아내가 바라던 가구도 만들 거라고 했다. 그의 재임 기간에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고자 노력했던 직원들에게 고맙고도 미안하다고 했다. 본인은 아이디어를 주고 거들었을 뿐 직원들이 잘 움직여줘서 모든 일이 가능했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주인인 시민을 대신하여 시정을 펼친 고시장은 사람이 먼저인 문화 조성을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청년이다.


홍선영

문화관광을 공부하였고 제주에서 공동체기반 축제를 기획하고 구현하는 일을 주로 한다. 요즘 주목하는 화두는 ‘내가 살고 싶은 도시, 시민으로서 나의 역할’이다. 환갑이 되기 전에 시민들과 같이 ‘손 자파리 행렬(핸드메이드 퍼레이드)’이 주축이 되는 작은 축제를 만들고 싶어 한다.